친구에게 졸업선물로 라미 사파리 만년필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펜으로 종이에 무언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중학생때는 예고 입시를 준비했을 만큼 그림 그리기도 좋아합니다. 가방에 빈 노트를 꼭 두세권씩 넣어두고, 일기를 쓰거나 메모할때도 메모장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제 세상은 거의 디지털이지만 이처럼 무언가 기록할때만큼은 예외입니다. 아날로그로 기록된 정보는 유실될 가능성이 낮고 해킹되지도 않습니다.
몇 년 전에는 삼성 갤럭시탭에 필기도 하고 그림도 그렸지만, 아무리 종이질감 필름을 붙이고 펜촉에 실리콘을 씌운다해도 종이에 펜으로 쓰는 것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제게 라미 사파리 만년필은 아주 유용하고 기분 좋은 선물입니다.
제가 평소에 사용하는 필기구는 Uniball Signo 0.38mm 볼펜입니다. 저렴하고 색깔이 다양하고 필기감도 제법 괜찮은 편이라 한번 문구점에 가면 잉크까지 몇 세트씩 넉넉하게 사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손이 큰 편이라 오래 필기하다보면 손이 아파오기도 했고, 가끔씩 펜을 떨어트려 고장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만년필은 꽤 굵고 그립감이 좋은 편이라 손이 큰 제가 사용해도 불편함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떨어트려도 고장날 우려가 없습니다. (물론 너무 큰 충격을 주면 안되겠지만요.) 잉크 카트리지 비용이 볼펜 잉크와 비교했을때 비싼 편이 아니라 부담이 없습니다.
필기감은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놀랐습니다. 볼펜에 비해 딱딱하고 거칠것 같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오히려 연필의 필기감과 비슷했습니다. 힘 조절에 따라 세밀한 묘사가 가능하다는 점도 아주 신기했습니다.
단점은 유지보수가 번거롭다는 점입니다. 잉크가 굳어서 막히지 않도록 촉을 위로 향하도록 보관해야 하고, 오래 사용하지 않을 때는 카트리지를 분리하고 촉을 세척해서 보관해야 하더군요.
하지만 저처럼 펜과 종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지보수의 효율성다는 사용상의 편의성에 더 큰 가치를 둘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한 번 사용해보면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할 매력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