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2033 리덕스 (Metro 2033 Redux) 엔딩 본 소감

by ANTIBIOTICS posted Oct 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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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스팀에서 할인할때 구입하고선 거의 1년 가까이 안하고 있던 메트로 2033 리덕스.. 날잡고 플레이해서 드디어 엔딩을 봤습니다. 플레이시간만 따지만 대략 10시간 정도 걸린것 같네요.

 

 

  엔딩 스크린샷 (스포일러 주의)

 

 제6장에서 제7장, 그리고 엔딩까지 가는 도중 촬영한 스크린샷 몇 가지를 첨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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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아르티옴의 고향인 베데엔하 역을 공격하는 검은 존재들의 본거지를 소탕하기 위해서, 구소련의 미사일 발사 시설인 D6를 찾아낸 주인공 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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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에 올라온 일행을 공격하는 데몬. 이 장면은 처음 게임 시작시 프롤로그로 나오는 장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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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일 유도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오스탄키노 탑으로 향하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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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 꼭대기로 올라가는 아르티옴. 게임인걸 알지만서도 보고있자니 아찔한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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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티옴을 죽이기 위해 정신공격을 가해오는 검은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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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 유도 장치를 설치하는데 성공하고, 검은 존재들의 본거지를 박살내는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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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는 검은 존재들을 보면서 자신이 한 일이 과연 옳았는 것인지 깊은 회의감을 느끼는 주인공.

 

 소설에서는 사실 검은 존재들이 베데엔하역을 공격하려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인간들을 돕고 싶어했다는 떡밥이 드러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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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스토리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갑니다.

 

 

  제일 재미있었던 미션

 

 제4장 Frontline (최전선) 챕터부터 Trolley Combat (전동차 전투) 챕터까지가 제게는 최고였습니다. 주인공 아르티옴이 폴리스로 가던 중, 제4제국과 붉은 라인의 격전지를 뚫고 지나가야 하는 미션입니다.

 

 게임 스토리상 떼거지로 몰려오는 돌연변이 괴생물체들을 지겹도록 상대해야 하는데, 이 챕터에선 나름 무기를 사용하고 죽으면 아이템도 드랍해주는 적들을 상대할 수 있다 보니 가뭄의 단비같았던 챕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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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제국과 붉은 라인의 격전지. 게임 내에서는 각각 나치(Nazis)와 공산당(Red)으로 불립니다.

 

 이미 세상은 멸망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남은 물자를 소비해가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와중에, 무의미한 사상과 이념때문에 서로 증오하며 죽이고 있는 이들의 행태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부분.

 

 소설 원작에서 제4제국은 갈고리가 3개인 하켄크로이츠를 국기로 사용하는데, 게임에서는 독일어 Reich (제국) 의 첫 글자인 R로 바뀌었습니다. 아마 하켄크로이츠에 대한 금기를 반영한 것 같은데, 이것 나름대로 세기말적인 갬성이 나서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붉은 라인은 낫과 망치에 키릴 문자 СССР(소련)가 새겨진 국기를 사용합니다.

 

 스킨헤드로 대표되는 네오나치 세력과, 구소련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급기야 소련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공산주의 세력이 모두 여전히 러시아에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메트로2033의 나치와 공산당은 비현실적인 설정인 동시에 극히 현실적인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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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제국 병사들 군장이나 무장 수준이 상당합니다. 온갖 부착물이 덕지덕지 붙은 개인화기에, 헬멧과 통일된 군복, 방호구까지 적절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붉은 라인이나 다른 자치역의 병사들과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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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 위를 달리는 Panzer (전차) 까지 운용하고 있는 제4제국. 전차의 포탑에 새겨진 알파벳 C는 2010년 출시됐던 오리지널 메트로2033에서 제4제국의 상징으로 등장했던 표식입니다. 아마 등장 비중이 크지 않은 전차는 그냥 오리지널의 소스를 수정 없이 그대로 가져와서 출시한거라고 생각됩니다.

 

 

  제일 끔찍했던 미션

 

 제5장 Library (도서관) 챕터부터 Archives (군사자료 보관실) 챕터까지는 최악이었습니다.

 

 일단 플레이 자체가 최악이었습니다. 방독면 필터 잔량을 신경쓰느라 느긋하게 탐사하면서 플레이할수 없었을 뿐더러, 목적지를 찾아가는 길이 굉장히 길고 복잡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길 안내 나침반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어야 했죠.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사서 (librarian) 라는 돌연변이는 플레이어의 신경을 긁어댑니다. 공략에는 사서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뒷걸음질치면 된다고 나와있는데, 제 경우는 대부분 코앞에서 갑툭튀하는 사서한테 맞아 죽기 십상이었습니다. 결국 사서를 보이는대로 다 죽이면서 가다보니 플레이시간이 무진장 길어졌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폭발물 2개를 터뜨리거나, 화염병으로 불 붙이고 나서 샷건으로 적당히 쏴주다보면 죽더군요.

 

 소설 원작에서의 사서는 엄청 공포스러운 존재로 묘사됩니다. 때문에 소설을 먼저 읽은 저로서는 챕터 내내 긴장을 잔뜩 하고 있었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니 전혀 공포스럽지 않아서(?) 되려 실망스러웠던 부분도 있습니다.

 

 

 엔딩을 본 소감

 

 소설의 첫 장을 넘겼을 때의 기대감과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흥분감을 그대로 재현해준 게임이었습니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메트로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각종 돌연변이의 모습은 전적으로 독자의 상상력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을 그래픽으로 구현해준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습니다.

 

 메트로 전체의 으시시한 분위기도 아주 잘 구현해주었습니다. 플레이 도중 터널 곳곳에서 나타나는 괴기현상과 돌연변이들의 울음소리는 플레이어의 청각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신경을 곤두서게 만듭니다. 맵 곳곳에 부패한 시체, 돌연변이들이 먹다 버린(?) 시체, 기타 다양한 사유로 사망한 인골들이 보이는데, 이게 도대체 SF게임인지 공포게임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시각적인 공포감을 더해줍니다.

 

 작중 NPC들의 러시아식 영어발음도 마치 실제 러시아에 있는것과 같은 현실감을 더해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오랜시간 연습하지 않으면 하기 힘들었을텐데 성우들이 참 고생했겠다 싶은 부분.

 

 조금 아쉬운 부분은 공식적으로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도..? 그래도 대사 자막이 읽을 수 있는 속도로 올라가서 전체적인 진행상황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뭐 아무튼 결론적으로 저는 굉장히 즐겁게 잘 플레이했습니다. 후속작이 추가로 나온다면 무조건 지를 의향이 있습니다. 뭐 나올지는 미지수지만요..